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봄이면 생각나는 어떤 친구               청초 이용분

 

봄이 되면 간절하게 생각이 나는 한 친구가 있다. 요 근래에 이 친구는 건강이 썩 안 좋아 거의 사람 만나기를 기피하여 은둔을 하며 지내고 있어서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그 친구는 삼십 여 년 전 내가 정원이 있는 집에 살적에 십여 년 간을 앞뒷집에 살았다. 봄이면 마당의 잔디밭에 잡풀을 서로 뽑아 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요즘처럼 쌀쌀한 날이면 연탄을 때서 따뜻한 아랫목 이불속에 발을 넣고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서로 그 전에 살아온 이야기 아이들을 키우는 이야기에서 문학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서로의 심금을 털어 놓고 삼매에 빠져 들곤 하였다.지금까지 읽어 온 문학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작가가 될 재목이이라 면서 추켜 세우곤 했는 데 결국에는 내가 글을 쓰게 되었다. 그는 남의 아이들 가르치려다 자신의 아이의 육아를 그르치겠다며 초등학교 교사직을 미련 없이 던져 버린 열성 엄마이기고 하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그 녀는 참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고향인 경상도 향리에서 얽히고 설킨 옛 친구들이 자주 찾아오고는 했는데 사연은 거의 모두가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이다. 그 시절만 해도 60년대 말 이미 세상이 많이 변하여 가치관이 너무나 달라지고 인심도 변했는데 돈을 빌리러 다니고 빌려 주다니...

그런데 그들이 전에도 돈을 빌려갔었는데 그걸 갚지도 않았는데 또 빌리러 왔다고 한다. 얼마나 다급하면 체면 불고하고 그리할까 싶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느 날 같은 동네모임 친구가 그 당시 돈 20만원인가를 빌려갔다. 지금으로 환산하면 200만 원쯤 될 돈의 가치다. 그 돈을 영 갚지를 못하니 이 친구 집에 와서 얼마동안 가사 일을 도와주고 일당으로 갚는 형식으로 때우기로 정했다. 동네 친구들이 티타임으로 모이면 돈을 빌려간 그 친구가 부엌에서 커피를 타고 과일을 깎고 준비해야 되는 경우 일 텐데 오히려 돈을 빌려 준 앞집 친구가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며 일을 하고 있다. 빌려간 친구가 오히려 우리와 어울려서 희희낙락 놀고 있는 것이다. 동네 친구들은 아예 그 돈 받기는 힘들겠다며 뒷공론을 하였다.

 

앞집 그 친구는 명동 지하통로나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걸인을 보면 자기 주머니에 있는 잔돈을 몽땅 털어 주고 온다고 한다. 그 당시 그 녀는 자기 집이 아닌 전세 집에 살고 있었다. 그 친구는 그 녀의 남편이 돈을 빌려서 우연히 증권에 투자해서 번 돈을 상가부동산에 투자하여 그 후 아주 큰 부자가 되었다. 다달이 나오는 임대료만 해도 노후 문제가 해결 되고 친척들을 고용하여 집을 관리 하며 안정되게 살게 되었다.

 

세월이 정말 한참이나 흘렀다. 자기가 살아 온 세월중에 나와 앞뒷집에 살면서 보낸 세월이 제일 행복했다는 그 친구...

물론 그녀의 남편이 번 돈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렇게 남에게 떼이면서도 돈을 빌려 주고 베푼 선한 일이 "베푼자에게 복이 돌아 온다" 는

말대로 결국 자기를 위하는 자선의 길이 되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6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751 Hokkaido (北海道)여행기 (1) 이용분 2021.06.09 11
6750 노년의 멋 이용분 2021.06.07 10
6749 ☆有短取長(유단취장)---☆ 이용분 2021.05.30 12
6748 ~ 疾風知勁草~ (질풍지경초) 이용분 2021.05.25 6
6747 제일 바람직한 노후의 행복이란? 이용분 2021.05.15 34
6746 이용분 2021.05.13 0
6745 어버이날과 카네이션꽃 1 이용분 2021.05.09 33
6744 오월이 오면 생각나는 이름 '어머니' 이용분 2021.05.08 9
6743 치매예방은 어떻게... 이용분 2021.05.06 18
6742 찬란하고 눈 부신 오월 !!. 이용분 2021.05.01 13
6741 새벽도 열리기 전에 너무나 경천동지할 소식 하나를 전합니다. 이용분 2021.04.28 852
6740 미하원 인권청문회 4-15일-2021 이인호 교수의 증언 이용분 2021.04.27 73
6739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나라. 이태리... <전편에서 계속 > 이용분 2021.04.22 16
6738 나에게 가장 강열한 인상을 남긴 나라 이태리여행 ㅡ 이용분 2021.04.19 6
6737 수필...인생 살이.(아무리 집을 지어도 집값이 내리지않는 이유) 이용분 2021.04.10 26
6736 ◐ 세계 아이큐 1위 한국인 ◑ 이용분 2021.04.07 24
6735 산 넘어 어디엔가 행복의 파랑새가 산다기에... 이용분 2021.03.28 18
» 봄이면 생각나는 어떤 친구 이용분 2021.03.18 15
6733 나이에 비(比)해 젊게사는 노인(老人)들의 공통점(共通點) 이용분 2021.03.14 47
6732 동백꽃 이용분 2021.03.13 20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354 Next
/ 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