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1.07.05 17:27

꽃들의 전쟁(전편)

조회 수 6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 들의 전쟁... (원제...우리 집 정원에서...) 청초  이용분   

     지난주까지만 해도 대문 옆에 기대어 피어서 우리 가족은 물론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던 하얀 찔레꽃은 그만 제 몫의 할 일을 다했다는 듯 전부
     시들어서 꽃 밭침 밑에 작은 콩나물 콩 만한 초록색 열매가 열렸다.
     얼마 전 초롱꽃을 매어 달고 대문 옆과 정원 가운데에 만들어 놓은 오솔길
     양옆으로 너도나도 피어 있던 초롱꽃이 이제는 말라서 누런 잔재만이 처량하게 매
     달려 있다.


     이제부터는 내 차례라는 듯 노란 달맞이 꽃 ? 지금은 아파트로 이사가서
     여기에는 안 살고 있는 어떤 나의 친구의 동생이 미국에서 다니러 올때 가방 속에
    몇 뿌리 넣어 가지고 온 꽃인데 그 후 그것을 퍼뜨려서 몇포기를 나에게 나누어 준 것을
     심은 것이 해마다 온 마당에 퍼져서 예쁜 노란색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다.


     그 후 나도 우리 이웃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워서 그 꽃들이 동네 마당 곳곳에
     피고 있는데 그 이름은 식물 도감에도 있지 않다. 우리 달맞이 꽃 보다는 꽃잎이
     확실하게 네 잎이다. 우리나라 철로 변이나 강둑에 많이 피는 우리 달맞이꽃은 밤에는
     피고 낮에는 오무리는데 반대로 이 꽃은 낮에는 활짝 피고 저녁이 되면 오무러 트린다.
     그 꽃을 배경으로 고은 와인 색 엉겅퀴 꽃이 또한 제 철을 구가한다.


     단연 그 빛깔의 화려함이 벌 나비는 물론 카메라의 눈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향기도
     좋은지 요즈음에는 여간해서 이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나비들이 어디선가 두세 마리씩
     날아 와서 벌과 함께 경쟁이라도 하듯 다른 꽃들은 거들 떠 보지도 않고 이 엉컹퀴
     꽃에만 덤벼들어 꿀 따기가 한창이다.


     그 잎은 어찌나 날카롭고 가시가 많은지 함부로 남의 접근을 거부한다.
     먼저 핀 것들은 벌써 보기에도 처참하게 시들고 망가져서 짙은 갈색 껍질 속에 쌓인
     솜털이 우리네 노인들의 흰 머리카락 모양으로 하얀 갈색으로 변하여
`    어서 거센 바람만 불어다오 그러면은 씨를 온 군데로 퍼뜨릴 것이다` 하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는 듯 하다.그 귀엽고 화려한 색상의 꽃의 말로의 허망함이란 마치 우리네
    인생사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작약 꽃은 모란과 잘못하면 혼돈하기 쉽게 비슷하다. 모란은 나무로 된 줄기가
     있어 해마다 그 나무 줄기에서 꽃의 순이 새로 돋아나서 꽃을 피우지만 작약 꽃은 조금
     억센 줄기가 해마다 새로 돋아나서 꽃을 피우고 가을에 서리를 맞으면 줄기 채 슬어지는
     꽃인데 이도 오래 묵으니 그 세력이 약 해져서 요 근래에는 꽃을 잘 안 피운다.
     우리 집 꽃은 연 분홍색과 촌스러운 진분홍색이 피었었다.


     십 여년 동안이나 같은 그 자리에 틀림없이 봄이면 싹이 돋아 나서 꽃들이 피어서
     여름이면 이 곳 우리 집 정원 터주대감 같았던 진분홍색과 흰색 접씨꽃은 재작년
     강추위에 얼어서 죽었다. 그 후 씨를 얻어다 여러 번 심어 보았건만 겨우 한 포기가
     다른 장소에서 작은 꽃봉오리를 머리에 이고 크고 있다. 어떤 색의 꽃이 피어 날른지....
 

     오늘 아침 시원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만 엉겅퀴의 영근 씨앗들이 바로 이때다 싶은지
     훨훨 바람결 따라 마지막 여행을 떠나간다.


     지금 그 씨앗은 자유로운 선택이 그 앞에 놓여 있다. 그래도 멀리는 가지 못하고 우리
     정원 어디엔가 내려앉아 내년이면 우리 집 정원 곳곳에 뿌리를 박고 피어나는 와인 색
     엉겅퀴 꽃을 보게 될것이다.
     한편 요사히 한 이틀 사이에 드디어 빨간색의 접시꽃이 피어났다. 먼저 얼어죽은 꽃의
     대를 이어 받은 꽃이다.


     정원 가운데에 만들어 놓은 오솔길, 길 양옆에 놓인 큰 조약 돌맹이들....
     이 돌은 늙은 호박색 노란 차돌도 있고, 물때새 알같이 알록달록하게 생긴 색깔의
     돌, 화강암으로 된 돌등, 여러 종류의 돌들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부자 집 담이
     나 대문 문주에 세멘트로 엉겨 붙어서 쌓일 운명일 돌인데 여기에선 자유롭다.
     지금이라도 물에 깨끗이 씻으면 그들은 하나 하나가 개성 있고 모양새도 아름답다.
     그들이 지나온 수억 겁이 되었을 세월 동안 원래는 모나고 못났을 돌들이었겠지.
     얼마나 흐르는 물 속에서 굴러 닦이고 부딛히며 지났을까.


     괴로운 세월은 이제 잊혀지고 둥글둥글 원만하여 보기만 하여도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저런 예쁜 돌이 되어서 운도 좋게 오늘날 우리 가족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나는 사람의 경우도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깝게 부부의 경우만 하여도
     처음엔 서로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커온 사람들이 한집에 같이 살게되니 서로 부딛히
     기도하고 의견이 다르므로 해서 격던 여러가지 경우들이 몇 십년을 함께 살면서 모난
     부분이 달아서 이제는 서로 들고나는 요철들을 잘 맟춰서 이젠 보기 좋고 살기 편한
     어떤 경지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 해본다.


    그러나 그 세월은 고작해야 몇 십년....그 세월은 너무나 짧다. 정말 나이가 들어 갈수
    록 서로 더욱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면 내가 먼저 남을 대접하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그 돌맹이들을 구해 올 때만 해도 내가 아주 젊었을 때 이야기다.
    오래전 우리 동네에 수도확관 공사를 다시 할때 흙을 파낸 자리를 메꾸기 위해 가져
    온 모래 속에 섞여 있는걸 공사하는 사람의 양해를 얻어서 시장 보는 손 수례에 골라
    실어서는 몇번을 날라다가 정원의 오솔길 길 양옆에 마치 진주목걸이 모양으로
    쭈욱 박아 놓은 돌이다.


     그 돌 옆에 알이 빠진 보리이삭 같이 엉성한 꽃송이 속에 보라색 꽃잎이 듬성듬성
     박아 놓은 것 같은 꽃이 피는데 그 꽃은 노란색 달맞이꽃에 치었는지 꽤 많았는데
     올해에는 그 포기수가 드물다. 그들도 우리 눈에는 안 보이는 영역 전쟁을 한다.
 
     마치 빛을 내는것 같이 보이는 샛 노오란 돌나물꽃 이 다이야몬드형의 이 꽃은 다
     아시다 싶이 먹는 나물이다. 간에 좋다던가. 그래도 나는 꽃으로 보여 아까워서 봄에 어린순도 뜯어먹지 않는다.


     그 외에도 한여름이면 피어날 옥잠화, 種이 같은 보라색 참 비비추. 석화. 맥문동
     장마 때 피어날 원추리 꽃 무리, 가을에 필 꽃범의 꼬리등의 수많은 꽃나무들이
     한창 커나고 있다.짙은 오랜지 색의 참 나리꽃도 거름이 좋은 탓인지 변종인지
     우람하게 자라고 있다.


      아, 그 이름도 재미있는 큰 까치수염 꽃봉오리가 몇일 사이에 여기저기 돋아났다.
     푸르던 열매가 가을이면 빨간 색으로 익어 주렁주렁 열려 예쁘기도 하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꽈리나무가 오다가다 숨어서 크고 있다.
     이제는 귀해져 버린 이 꽈리 나무도 하얀 꽃을 매달고 있는데 자세히 드려다 보니
     벌써 조그만 꽈리 열매도 열려 있다.


     꽈리나무 이야기만 들어도 우리 년배들은 얘기꺼리가 만발이다. 빨간 꽈리의 속을
     파내다 찢어져서 실패한 이야기,
     입이 부르트도록 불던 이야기.밤에 불면 뱀이 나온 다고 어른들께 꾸중 듣던 이야기,
     꽈리 부는 소리가 마치 뱀이 개구리 잡아 먹을때 나는 소리 같단다.


     자그마한 꽃송이가 보기에는 마치 금으로 만든 彫刻 모양으로 화려하고 단아한 꽃.
     한참은 이름을 모르다가 요즈음 새로 산 식물 도감에서 찾아 보니 그 이름이 좁쌀풀
     이라나, 키가 껑충 크고 휘청거려 낮은 나무들 틈 사이거나 묶어 주어야 만 체면이
     유지되는데 어찌 번식력이 좋은지 처음에 두어 포기였든게 이제는 이 곳 저곳으로
     뿌리가 길게 뻗어 나가서 주목 사이로도 한참을 끈질기게 뻗어 올라 와서 그 꽃을
     피우고 있다.


     올해에 덩치가 엄청나게 크게 자라 버린 감나무의 꽃들이 웬일인지 너무나 많이
     떨어져서 발아래 수도없이 밟히니 영문을 모르겠다. 하나하나가 감이라고 생각하면
     아깝기도 하다.
     다른 꽃보다 늦게 피어 나는 오렌지색과 분홍색의 영산홍도 빼어 놓을수 없는
     고정 꽃식구다.


     내려 쬐이는 유월초순의 따가운 햇볕에 여린 꽃잎이 한낮에는 시들어 있다가 저녁
     나절이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살아 나곤 한다 대추 나무 이야기도 해야겠다.
     원래 있던 늙은 대추나무는 여기에 이사 오면서 바로 사다 심은게 처음에는 정말
     한말은 되게 대추가 많이 열리더니 몇해전 부터 병이 들었는지 열어도 다 벌레 먹은
     것 같이 속이 못 쓰게 되어서 할수없이 이 사간 그 친구네 대추나무 새끼를 얻어다
     심었었다.


     이제는 덩치가 커나서 앞집과의 차양 노릇도 제법 하고 올해에는 새로 돋은
     잎들이 햇볕에 반사 되어서 바람 불때 마다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잎이난 마디마디에
     좁쌀만한 꽃 망울이 달려있다. 올해에는 열매가 잘 열릴려나 하고 기대가 된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잎이 넓적한 뽕 나무도 우리 집 정원에서는 珍客이다.


     명주 비단실을 뽑는 누에의 먹이라 생각하니 귀해서 그냥 심어 놓고 보기로 했다.
     혹시 뽕 오디라도 까맣게 열릴줄 모를 일이니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771 수필)어머니가 만든 '술지게미'(막걸리) 이용분 2021.10.05 36
6770 ■ 개코도 모르면 가만이 있지 ■ 이용분 2021.09.28 22
6769 한치 앞을 모르는 세상사 이용분 2021.09.26 19
6768 아이들과 함께 송편을 빚던 추석 이용분 2021.09.19 36
6767 벗에게 ... /이해인 이용분 2021.09.15 87
6766 ♡ 1%의 행복 ♡ 이용분 2021.09.07 12
6765 (축하)(와인)(소주) 위대한 박정희 대통령 (소주)(와인)(축하) 이용분 2021.08.11 111
6764 <꽃>春化現象<꽃> 이용분 2021.08.09 8
6763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 이용분 2021.08.05 46
6762 와신상담(臥薪嘗膽 ) 이용분 2021.07.29 71
6761 노란색 조약 돌맹이[꽃들의 전쟁](후편) 이용분 2021.07.24 72
6760 -폭염을 이기는 8가지방법--홍혜걸 의학박사 이용분 2021.07.22 108
» 꽃들의 전쟁(전편) 이용분 2021.07.05 64
6758 < 일요아침 편지 >■ 축복 받은 인생 ? 이용분 2021.06.27 15
6757 ♤단명(短命)하는 사람과 장수(長壽)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용분 2021.06.24 17
6756 ***별거 없더라!*** 이용분 2021.06.21 7
6755 [베르나르 베르베르]프랑스 소설가(60세), 대표작 '개미'(1991년)그가 쓴 "웃음"이란 책중... 이용분 2021.06.19 37
6754 ***삶의 역설(逆說)*** 이용분 2021.06.17 9
6753 ***유럽송부 따끔한 내용의 편지 충고*** 이용분 2021.06.13 12
6752 "찰리 채플린" 의 명언 이용분 2021.06.09 66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354 Next
/ 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