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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초대석] 정치의 실종과 국민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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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오늘의 우리 정치판을 바라보며 신물이 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어렵게 여당 대표가 된 사람이 대통령 죽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압도적 다수석의 야당은 낙선하면 감옥에 가게 될 범법자임을 자인했던 낙선자를 대표로 선출하려고 범법자를 당직에서 배제하는 당 규정마저 개정해 놓았다.

언론 매체들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손가락질하는 식의 행태가 마치 정치의 본질인 듯 거대한 화면과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어떤 용감한 판사는 마치 사법부가 계파 정치에 개입할 의무와 권리라도 있는 듯 법적 근거도 없는 판결문을 내보내기도 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놓고 여야가 서로 겨루며 적절한 타협안을 도출해 내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는 이 나라에서 완전히 실종된 것이다. 남은 것은 먹을거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법이라는 휘장 뒤에 숨어 서로 물어 뜯는 정치꾼들과 그들에게 기생하는 야성적 박수부대들 뿐이다. 서민들은 일에 죽어 난다. 과거의 피땀 나는 노력의 결실로 경제적·문화적 결실의 찬란한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생각있는 국민은 앞을 한치도 내다볼 수 없는 불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60년 들인 '공든 탑' 원자로 산업이 문재인 대통령 말 한마디에 무너져 내린 상황이고 잘 나가던 한수원과 함께 나라 전체가 거대한 빚 더미에 올라 앉아 있는데,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오만함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위기 가운데서도 가장 걱정스러운 것이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국정원 예산 일부를 쓰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 구속된 전국정원장들이나 반국가적 행위를 하는 예술인들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블랙리스트' 죄를 뒤집어쓴 전 문화부 장관은 아직도 법의 족쇄 걸려 있는데, 원자로 산업의 불법적 파괴로 천문학적 피해를 국민에게 안긴 사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 천억원 대의 공익 손실을 가져오고 연루자 몇 사람의 자살까지 불러온 대장동 비리 사건이나 공직자 신분의 인물을 사적 고용인처럼 부린 사건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정치적 무정부 상태에 놓이게 되는 일반 국민이다. 따라서 정치의 실종이라는 불행한 상황에 빠진 원인과 처방을 마련하는 책임도 결국 일반 국민이 져야지,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에게만 맡겨 놓아서 될 일이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 전반에 만연된 공공의식 실종이다. 공익은 사익과 대비되지만 결코 상호배제적이지 않다. 사익에만 집중하고 공익에 무관심 태도는 사익을 위해 공익을 해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고 그것이 도를 넘으면 공익으로 위장해 사익을 추구하는 거대한 범죄행위로 발전하는 것인데,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미 그 선을 넘어버린 사람들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정치의 기본요소가 소통이고 그 전제조건이 정직과 서로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볼 줄 아는 능력인데, 그 두 가지가 정치지도자의 기본 조건임을 정치인들 뿐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 전반이 무시하고 자기에게 조그만 혜택만 주면 자격요건에 상관없이 표를 주는 잘못을 저질러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두 번째 원인은 첫 번째의 연장으로 공직을 일할 자리가 아니라 먹을 자리로 보는 잘못된 인식이다. 고위 공직자들을 선출하고 지명하는 것은 나라 전체를 위해 그 직책에서 공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 적격자를 뽑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느새 공직이 돌려가며 나누어 먹어야 하는 자리로 인식되어 버렸다.

미지막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현행의 입후보자들에 대한 정당 공천제의 폐단이다. 국회의원들이 자기들을 잘 지켜본 지역구 주민들의 검증과 선택을 받아 차츰 중앙무대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공천을 받게 되어 있는 한 계파정치의 피해는 벗어날 수 없고 진정한 의미에 민주주의는 설 수 없다. 투표권을 가진 국민보다 우선 공천권자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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