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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평생 모은 돈을 써버린

할아버지의 노후는 너무나도 초라했습니다.

몇 푼 안 되는 노령연금을 쪼개 쓰는 할아버지는

친구들 만나기도 눈치가 보여 자주 외출도

못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래전 이민 갔던 친구가 잠시 귀국하던 날

할아버지는 그 친구와 잠시나마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범아, 혹시 10만 원 빌려 쓸 수 있겠니?"

 

"아버지, 손자가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요.

애들에게 쓸 돈도 항상 모자란 것

알고 계시잖아요."

 

아들은 마음에는 걸렸지만 어쩔 수 없다고

자기 합리화하며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하고

출근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몰래 용돈을 드려 외출하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한 아들은 회사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어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런데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가 밖에서 흙장난이라도 했는지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거실에서 돌아다녀

더욱 짜증이 났습니다.

 

"여보, 애가 이렇게 더러운데 왜 아직도

씻기지 않고 있었어?"

 

아내가 남편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들 애지중지 키워봤자,

어차피 나중에 자기 자식만 돌보느라고

우리는 신경도 안 쓸 거예요.

그렇게 보고 듣고 배우며 자라니까요.

그러니 저도 이제는 애한테만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살려고요."

 

남편은 아침에 자신이 아버지에게 했던 행동이

기억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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