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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5 06:35

수필)사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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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의 향기                           청초 이용분

    누군가가 아담한 꽃바구니를 보내왔다. 생각지도 않은 중에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우선 꽃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그 동안 그리 아프던 몸도 조금은 나아진 느낌이다.
    그 사람이 내게 보여 준 따뜻한 마음만으로도 이미 위로는 받고도 남았다.
    그런데 그 꽃들 속에 섞여 있는 어떤 종류의 한 꽃이 문제가 되었다.

    꽃은 아름다움을 보는 시각적인 면도 있지만 꽃의 향기도 당장에 보이지는 않지만 뒤에
    찬찬히 후각적으로 냄새를 맡으면서 은연중 행복한 미소를 머금게 하고 마음에 위안을
    삼게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너무나 향기가 짙어서 머리가 아프다 못해 골이
    지끈지끈 하여 도저히 참을 수가없는 꽃이 섞여있다.

    꽃중에는 아무도 보는이 없는 들녘에 홀로 피고지는 것들도 많다.별로 색깔도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고 볼품이 없어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야생화들이다.
    어느 날 나는 문득 들녘에서 발견한 이 앙징맞고 수수한 들꽃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예전에 정원이 있는 집에 살적에는 틈이 날때마다 온 마당에 여러종류의
    야생화를 한가지 씩 구해다 심어 놓고 그를 가꾸면서 즐겨 했었다.

    60년대 처음 그 집에 이사 왔을 때만해도 빨간 흑장미꽃 한 구루를 정원에 심어놓고
    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 시절 우리나라는 지금처럼 화훼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다.
    따라서 마음에 드는 장미꽃을 구하기도 매우 힘들었다. 어느 이른 봄날 남편이 길에서
    빨간줄장미라 하여 묘목을 사왔다. 아직 싹이 안났지만 거치른 가시가 돋힌게 영낙
    없이 덩굴장미였다. 한참 뒤 꽃망울이 맺힌 걸 보니 아뿔사 덩굴장미가 아니고 찔레꽃
    나무라 크게 실망을 했던 기억이 난다.

    찔레꽃은 우리나라 산야에 흔하게 있는 것이어서 그 꽃을 집 정원에 심어놓고
    볼만한 꽃나무라 하기에는 너무나 하찮아 보였다. 그 후로 차차 하얀 찔레 꽃의
    소박함과 그 은은한 향기에 심취해서 오히려 그 꽃을 오랜동안 사랑하게 되었다.
    꽃이 진후 열리는 새빨간 열매도 흰눈이 내린 추운 겨울에 새들의 먹이가 되어
    여러 종류의 새들을 불러 모았다.

    그 후에 사서 심은 진짜 빨간 줄장미는 이십수년 동안 두고보니 오히려 실증이 나서
    정원 한쪽 구석으로 비켜 심었다가 종국에는 뽑아 버렸다. 하지만 하얀 그 찔레꽃은
    오가는 사람들에게도 잘 보이도록 대문 위에 찔레꽃 덩굴을 올려 놓고 묵은 줄기는
    잘라주고 새순을 키우면서 오랜동안 변함없이 마음에 위안을 받고 사랑을 했었다.

    흰 백합화 처럼 매우 고상하기는 하지만 향기가 너무 짙은 꽃들을 보면서 어쩌면
    사람들의 한 단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도 여러부류의 사람이 있지 않은가.
    다른사람과의 대화인데도 옆에서 듣노라면 공연히 마음을 편치않게 하는 사람.
    오랜동안 만나면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뻔히 알게 된 사람, 그래서 잘못 하다가는
    어느 날 그 여파가 나에게도 미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서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져
    있고 싶은 사람이 종종 있다.

    꽃으로 치면 가까히 하기 보다는 멀리 두고 그 향기를 희석(稀釋)시켜 맡아야만
    되는 경우다. 결국 나는 그 꽃의 짙은 향기 때문에 너무 질려서 꽃을 보내 준
    사람의 뜻에 어긋나기는 하지만 그 꽃만을 빼내어서 버리기로 했다.
    새삼 향기가 유난하게 짙은 이 꽃을 보면서 느낀 바가 많다.

    사람의 심성도 이 아름다운 꽃들의 향기와도 비슷한 게 아닐까...
    사람과 사람사이에 지내면서 날듯말듯한 은은한 향기를 지녀서 볼수록 은근하고
    오랜 동안 마음이 끌리는 인간적인 사람. 날이 갈수록 신뢰가 쌓이고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픈 그런 품격을 지닌 사람이 되도록 더 높게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수양을 쌓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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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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