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길에서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고향산천...(귀성길 행렬을 보면서 )         청초 이용분

    해마다 명절 때만 되면 반복되는 귀성전쟁을 보면서 우리가 T.V. 동물의 왕국에서 본 물고기의 귀소성과 비슷하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한다. 연어는 제가 태어난 곳의 냄새와 환경을 기억하여 母川으로 꼭 돌아오는 귀소성으로 바다에서 다 큰 후 다시 태어난 곳으로 성어가 되어 돌아온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연어의 알을 채취하여 인공적으로 부화시켜서 어린 치어가 일정한 크기에 이르면 모천(母川)에 다시 방류한다.

 

그러면 몇 년이 지난 후에 그  치어가 넓은 대양을 헤치며 온갖 먹이를 먹으며 성어(成魚)가 되어 다시 모천(母川)으로 회귀하는 것을 잡아서 이를 우리의 식탁에 올리게 된다. 아라스카나 미국 소련 같은 지역에서는 자연적으로 이런 회귀성이 이루어져 곰이니 늑대 등 온갖 야생 동물들의 먹이 사술로 이어져 自然이 그대로 풍요롭게 유지되고 있다.

 

언젠가 북구여행을 갔을 때 스웨덴의 그리 넓지 않은 산골 하천에서 연어를 잡는 낚시터를 만들어 놓고  관광객들을 유치하는걸 보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토도 좁고 인구과밀과 自然資源의 고갈로 그나마도 최근에 인공적으로 이를 번식시키기 위하여 해마다 많은 예산과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따금 T.V. 동물의 왕국에서 세차고 줄기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거스르면서 死力을 다하여 튀어 오르는 물고기를 보면서 저 고기는 왜 그렇게 힘든 그곳에 올라가야만 하나 하고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래서 연어과의 무지개 송어등 다른 민물고기들도 모천에 회유하여 알을 낳게 하고 이를 번식시키기 위하여 물 흐름의 落差를 줄이고 고유의 魚道를 만들어 주기도 하면서 많은 연구가 실행 중인걸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본인은 영문도 모를 말 못할 사정으로 잘 못 태어나 부득이 외국으로 입양을 갔던 어린아이들이 외국인 양부모의 보살핌 속에 자기의 친부모에게 컸을 때 보다 더 좋은 환경과 조건 속에 잘 크고 교육도 잘 받았다. 그렇지만 결국은 자기를 버리다시피 한 생부모를 찾기 위해 이제는 기억 속에 남아 있지도 않은 고국을 더듬어서 찾아오곤 한다.

 

이역만리 언어와 풍속조차 낯이 설어진 한국 땅에 외국풍속과 교육을 받고 외국인이어도 외모만은 그대로 한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T.V.에 나와 가족을 찾기 위해 말이 설어 눈을 두리번거리면서 애를 태우는 걸 이따금씩 보게 된다. 참으로 가슴 아픈 광경이다. 이렇게 해외에서 고국을 찾아오는 해외 입양아들이 해마다 천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의 귀향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고향을 생각해 본다. 나를 사랑하는 친부모님과 친인척들이 살고 계신 곳, 내가 태어나고 어릴 적 뛰어 놀던 옛 동산과 여름날 발가벗은 채 고기잡이 하고 미역감고 물장구를 치며 놀던 어린 시절을 보낸 시냇가가 있는 곳, 어릴 적 그곳에서 같이 뛰어 놀던 그리운 그 옛 친구들 이 있는 그곳이다. 그들을 만나려면 약속 없이도 다 같이 만날 수 있는 이때 아니면 언제 가랴 하고 한날한시에 다 같이 길을 떠난다. 경부고속도로의 왕복차선을 비롯 전국의 모든 교통수단이 마비 상태에 이르곤 한다. 이는 오래 전부터 그래 왔고 앞으로도 사랑하는 부모님과 고향이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한 영원히 해결이 안 될 숙제이고 반복이 될 행사이다.

 

  우리도 지금은 이제 이곳 집에 하도 오래 살아 조금 덜해졌지만 이 집에 이사 와서 몇 년이 흐른 뒤에도 전에 살던 곳에 대한 향수 때문에 우리가 승용차를 사자마자 제일 먼저 가본 곳이 아이들이 어릴 때 살던 그전 집 동네였다, 그 후로도  심심하면 이따금씩 예전에 살던 집 근처를 가 보고는 아이들은 "예전에 저곳에서 또 뽑기 장사가 있던 자린데 지금도 또 뽑기 장사가 그러고 있네" 하고 신기해했다.

 

"옛날에는 꽤나 넓은 것 같았던 길이 지금 보니 좁은 골목이네" "여기서 엄마가 오빠를 데리고 유치원에 간 뒤 혼자 앉아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던 곳이네," 하기도 한다. "저쪽 골목은 제가 제일 친했던 코 흘리게 친구가 살던 집인데 지금 그 친구는 어디서 무얼 하며 살까요 ? " "요 집은 매일 괜히 우리아이를 때리고 잽싸게 도망을 가 저의 집대문안에 얼른 들어가 숨어 버리곤 하여 속상하게 하던 사납고 약아 빠진 00의 집인데 얘는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하고 궁금해 한다.

 

  나도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이북 황해도 해주, 우리 집에서 대문을 나서면 멀리 마주 보이던 산꼭대기 모양이 꼭 고양이 귀 같이 생겼던 산 모양세가 생각난다. 그 산 아래 근처에 자리했던 초등학교로 가는 논 사이에 조금은 넓은, 길게 똑바로 뻗은 행 길이 눈앞에 선하여 이따금 식 어떻게 변했을까 ?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한번은 학교에서 수업이 끝난 뒤 집에 돌아가려는 데 학교 현관 신장 안에 벗어 두었던 내 운동화를 누군가가 신고 가 버렸다. 추운 날 어린 나는 맨발로 자갈길이었던 그 길을 쩔뚝거리며 엉엉 울면서 걸어 왔던 기억도 난다. 

 

우리 집 동네 어귀에 이르니 아이들이 울며오는 내 뒤를 졸졸 쫓아와 구경들을 했다. 나의 할머니께서 "무슨 구경들 났느냐 ?" 하면서 동네 아이들을 호통을 쳐서 모두 쫓아 버리시던 일까지도 생각 이 난다.^^ 내가 초등학교  일 학년 때 일이다.  해방 후 부모님의 고향인 충청도 대전으로 돌아오기 위해 삼팔선을 넘어왔다. 내가 태어나고 초등학교 삼 학년 때까지 한참 유년 시절을 보냈던 곳을 떠나 온 뒤에도, 그곳이 인심도 좋고 살기 좋다고 하시면서 통일이 되면 다시 가서 살고 싶다고 노상 말씀하시던 나의 부모님들께서는 통일도 못 본채 이미 오래 전에 고인이 되어서 이젠 이 세상에는 안 계시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여우도 죽을 때가 되면 머리를 제 고향 쪽으로 향하고 죽는다던가. 하물며 사람에 있슴에랴... 해방이 되고 남북으로 분단에 된지도 60여 년이 흘렀다. 아직도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서 지척에 보이는 이북에 고향을 둔 많은 이산가족들은 큰 아픔을 지니고 산다. 간절하게 만나 뵙고 싶은데도 못 가보는 현실, 이제는 하마 돌아 가셨을지도 모를 부모 형제를 생각하며 이때가 되면 더욱 간절하게 가슴 태우며 눈물짓게 된다. 그들 모두가 꿈길에서라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고향산천을 생각하며 고향은 있으되 길이 막혀서 못 가보는 그 서러운 마음을 무엇에 비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