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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정원에서...                                      청초 이용분

  가울 내내 제가끔 다른 향기와 모습으로 피어나서 온갖 벌 나비를 불러
모으던 야생화들이 모두 슬어진 후 황량해져 버린 정원,
이제 정원을 정리할 시기가 왔다.

  마지막까지 애교 있는 모습으로 피어서 우리의 쓸쓸해진 마음을 은근하게
달래주던 구절초도 그 모양새가 일그러져 그만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찌 그리 계절 감각들이 예민한지 아직 그리 심한 무서리도 내린적이
없건만 모두들 하얀털이 달린 씨앗들을 휘날리면서 사방으로 흩어지니
정원은 이제 깊은 가을로 접어 들었다.

  오색 물감이 든 감잎을 우수수 벗어 던져 나목이 되버린 감나무만이 높은
가지에 매달린 예쁜 감들을 뽐내며 우리의 눈과 마음을 유혹을 하고 있다.
이름 모를 새 한쌍이 감나무 높은 가지 사이를 오르 내리며 말랑말랑한  
연시감은 어느 것이냐는 듯 서로 고개를 갸웃둥 거리며 지저귀고 있다.

  한발 늦게 봉오리를 맺어서 예쁜 아가씨의 입술 모양 겨우 봉오리를
삐죽이 내민 빨간 장미가 눈길을 끈다.
끝까지 피어날수 있을런지는 이 정원에서는 조물주의 마음에 달렸다.

  앙상하게 시들어 오그라진 야생화의 흩으러진 마른 가지들을 정리하니
제멋대로 헝클어진 더벙머리카락을 보기 좋게 잘 컷트해 준 머리모양
정원의 분위기는 새롭게 변모를 했다.

  우선 검푸른 색의 키가 작고 둥그스럼하게 손질이된 잘 생긴 큰 朱木들이
한 인물로 다가 온다. 이 나무는 어린 묘목을 구해서 한 삼십여년 동안
손질을 하며 아이처럼 키워온 정이 깊이 든 나무다.

  진달래도 뾰족한 새 꽃봉우리를 가지 끝에 매달고 다소곳이 한옆을 지키고
있다. 가지각색의 고은 색으로 내년에 피어나기 위해 여름내 꽃봉오리를
만들어 놓은 영산홍들도 겨우내 추위를 씩씩하게 이겨서 버텨 낼것이다.

  둥그스럼하게 손질해서 모양이 잘 잡힌 도장나무도 있을 자리에 있어서
꽃들이 모두 슬어져 버린 이 시절부터는 맡은바 역활이 돋 보인다.

주목 옆에 가깝게 붙어서 영근 부추씨가 갈색 씨방속에 싸인 채 새까만
색으로 빼꼼이 얼굴을 내민게 똘똘하다. 아무 곳이고 떨어지면
'나는 싹을 틔우고 잘 살아 갈수있다'는 야무진 의지가 엿보이는 듯 하다.

  작고 하얀 송이들이 모듬꽃으로 피는 이 부추는 내가 꽃을 아주 좋아 하는걸
알고 몇년전 이웃 아주머니가 몇 뿌리 준것이다. 잘 보이는 가까운 정원 한
자리를 정해서 심어 주었건만 모르는 사이 다른 야생화와의 영역 다틈에서
땅을 빼았기고 밀려나 겨우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정원 오가는 길옆 돌틈에 자리를 차지한 돗 나물은 아직도 그 빛갈이
싱싱하고 푸르르다. 그의 성장력은 무궁무진한것 같다, 그래서 그 끈질김에
간의 건강에 좋다고 입 소문이 난것이 아닌가 한다. 한 여름날 작고 앙증맞은
노란꽃을 피워 내는 이 나물을 나는 꽃이라 생각하고 한번도 뜯어 먹어
본적이 없다.

  지난 가을 친구들과 산정호수엔가 놀러 갔다가 그곳 향토 음식점에서
사왔던 것을 깜빡 잊어 버리고 있다가 뒤 늦게 심은 토란은 꽃은 피지
않지만 잎위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또르륵 옥 구슬처럼 구르는 잎사귀가
마치 연잎처럼 시원하고 貴物스럽다.

  온 여름내 새로운 씨앗을 잉태해서 아무도 모르게 땅속에 뿌리를 품고
있는 이 알토란들...
이것도 이제 가을 걷이를 해야 될것이다.

  해해 년년 농부들이 그리해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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