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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2 13:01

수필)사랑의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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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대물림                                  청초 이용분

 

겨울 날씨답게 얼굴에 스치는 감촉이 제법 춥다. 우리 집 뒤 곁을 흐르는 실개천도 꽁꽁 얼어 붙었다지난 가을 뒤늦게 피었던 갈대가 몰아치는 찬 겨울바람에 힘없이 흔들거리며 을시년스러운 겨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그래도 해 볕이 비치는 곳 둠성 둠성 얼음이 녹은 사이로 '졸졸졸제법 큰소리를내면서 냇물이 흐르고 있다동지가 지나면 새로운 해가 시작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설득력을 갖는다아파트 단지 내 낙엽이 진지 얼마 안 된 목련나뭇가지에 벌써 꽃망울이 조롱조롱 지금이라도 곧 피어 날듯 돋아 나 있다미끄러운 어름판 위에서 아이들은 추위도 잊고 제가끔 무어라 고함을 지르며 즐겁게 놀고 있다.

 

만나기로 한 한참 나이가 아래인 우리 아이 또래의 교우(敎友)가 뒤 늦게 도착했다며칠 만에 보니 반가운 마음에 손을 덥석 잡았다그런데 손이 얼음장처럼 차다안쓰러운 나는 나머지 한손을 마저 쥐었다얘기를 나누며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그러자 그의 손이 차차 온기가 돌며 따뜻해진다.그제 사 손을 놓으며장갑을 꼭 끼고 다녀야 되겠네...^^”장갑을 끼는데도 그래요.^^”그래체온이 찬 사람도 있지...^^”

좀 있자 내가 맑은 콧물이 주루루 흐른다뒤 미쳐 다른 쪽 코에서도 또다시콧물이 주루륵 흐른다나는 그가 모르게 슬그머니 휴지로 콧물을 닦았다.나이가 많으니 조그만 온도 변화에도 몸이 바로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남을 사려하는 자그마한 일도 우선 내  몸이 튼튼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추운 겨울 날 밖에서 돌아오면 연탄을 때서 따끈한 아랫목에 깔아 놓은 자그만 아랫목 이불을 비키면서 "어여 여기 앉아라." 하면서 두 손을 잡고 녹여주시던 나의 할머니 생각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 같다누군가가 뿌린 자그만 불씨가 이렇게 오랜 세월 뭍혀 있다가 다시 불씨가 되어 되살아 난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우리 집에 다녀가면 언제나 모두에게 차비를 들려준다자동차 기름 값이라고 명목을 붙인다그 애들이 가난하거나 가엽서서 그러는 게아니다어느 날 나를 차로 데려다 주는 큰 아들에게 차안에서 극구 사양하는 아이에게

"돈이라는 게 어찌 보면 마음을 혼란스럽게도 하고 더럽다고도 하지그러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표현 하는 방법이 돈이지사람들이 어떤 불상사가 생겼을 때에도 어쩔 수 없이 위로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주지그러니 내가주는 이 작은 돈은 내가 너에게 주는 나의 작은 사랑의 표현이다."

"어서 받아라." 하고 들려 주곤 한다그러면 그 애는 돈의 일부를 되 돌려주면서

"이건 아들의 사랑의 표현입니다친구 분들과 맛있는 거 사드세요한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가 내가 친정에 갈 적에 무어 고기 근에 과일이라도 사가지고 가면 돌아 올 때면 문간에서 눈을 끔적 하면서 안 바지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돈을 몇 장꺼내 아무도 모르게 내손에 꼭 쥐어 주셨다나는 그 돈을 못이기는 척 받아들고 오면서 마음속으로 얼마나 어머니의 크고 따뜻한 사랑을 느꼈는지...

 

그 일에 대한 내가 하는 작은 사랑의 대물림이다그 애들도 후에 엄마를 생각 할때면 내가 심은 작은 씨앗들이 사랑이라는 열매로 맺을 것이다내가 오래 전에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에게 영원히 가지고 있는 따뜻한 사랑을그 애들도 느낄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기쁨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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