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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6 21:30

수필)소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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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와 산다'                      청초 이용분

 

나는 농부가 소에 쟁기를 끌고 논밭을 갈거나 소를 앞세우고 등에는 소에게 줄 여물풀을 지게에 지고 석양에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을 좋아 한다.얼마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인가...

 

정신없이 초 저녁 잠을 자고 눈을 뜬 게1시쯤이나 되었으려나...

T.V.를 켜니 어느 농부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소가 사는 집이라는 제목이다.그 집에는70

대 농부 내외가 여러 마리의 소를 키우며 사는 집이다.남편은 깡마른 외모에 키우는 어미 소도

바짝 말랐다.부인은'소가 주인을 닮아 성질도 괴팍하고 바짝 말랐다'고 한다.남편은 부인더러자기는 주인이 아니던가...중간을 닮아야 맞다'

 

이기죽거리며 응대를 한다.카메라에 대고 아내는'저 생긴 모양을 보라 성깔 있게 생기지 않았느냐고 기탄없이 뒤에서 남편 흉도 본다.그는 꼬장 하게 생긴 대로'밥 값하는 게 뭐냐 하면 그날그날 사는 동안 사람의 도리를다하며 사는게 도리"라고 그나름 인생철학이 확고하다.

그는 어렸을 때 아무런 꿈이없었는데 살다보니 이리 되었노라고 말한다.그런 속에서로 엇박자

를 치면서도 그런대로 한평생을 사는 부부인 것 같다.그 집소들의 이름은 어미 소는점례큰딸 소 이름은진순이작은딸 소 이름은진옥이막내딸 소 이름은진분이이다. ''()돌림이다.

 

할머니 소대로 부터 손녀소 대까지 소의 삼대를 키우고 있다.점례8살 그 소의딸은4,

딸 소가 송아지를 또 낳으니 손녀 소까지3대가 산다.요즘 흔히 애견가들이 새끼에 새끼가 또

새끼를 낳고 그걸 다 키우니 온 집안이'개판'인데 이집은'소판'이다.

덩치나 작나 집 채 만한덩치의 소가 그렇게 많으니애우가(愛牛家)인지 영 대책이 안 선다.

 

송아지 때부터 대대로 키우며 더불어 한 세월을함께 보낸 이 짐승이 가족과도 같아서 더

정이 들었을 것이다.그래도 이집은 황소는 안키운다.아마도 송아지를 낳게 하여 그에서 나오는 이득을 보려고 키우고 있겠지...

 

그중 어떤 소는 영 임신이 안 되어 동네 수의사에게 진찰을 받아보니 너무 마른데다'소도 햇볕을 안 쬐면 무슨 홀몬이 안 나와 임신이 안 된단다'.게다가 너무 바짝 말라도 새끼가 안 생기지만 너무 살이 쪄도 안 된단다.

 

늙은 농부가감당하기엔 너무 힘든 상황이다.일일이 소를 햇볕을 쬐려고 끌고 나가기도 힘에 겹고그럴 겨를도 없다.

어미 소인점례가 주로 밭 갈기를 하는데 이 소는 성질이 제멋대로인지라 주인이 가라는방향으로 가지 않고 제 힘 닿는 대로 엇길로 쟁기를 끌고 가며 어깃장을 둔다.공연히 큰 소리로'음메 음메'연속 울기라도 하면 "이 산골에 뉘 들으라고 이리 시끄럽게우노?"

하고핀퉁이를 준다.밭 갈기를 하다가도 집에 두고 온 새끼 송아지 생각에 하던 일을나 몰라라

버리고 제맘대로 이탈을 하기도 예사다.늙은 농부는 너무 힘들고 소도 힘든 일일 것이다.

소들의 성질은 뿔을 보면 알 수 있단다.대충 뿔이 제멋대로 굽은 놈은 성질이 고약하고반듯한 놈은 점잖다고 한다.그래도 소의 커다란 눈망울을 보면 선 하디 선해 보여 어디그런 심술이

들었을까하고 착해 보인다.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실감난다.개는 주인이 무상으로 주는

밥을 먹고 오다가다오가는 낯선 사람을 보고 짓거나 꼬리를 흔들면 그뿐이다.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에누워 늘어지게 낮잠은 자며 세월을 보내면 된다.

 

더군다나 요즘 도시에서 주인과 함께방안에 사는 애완견에 비교한다면 같은 짐승의 팔자라도 천양지판이다.고양이도 오다가다 쥐가 보이면 잡고 아니면 말고 주인에게 애교나 떨면서 지내는 게보통의 삶이다.

 

소의 경우는 판이한 팔자다.요즘은 소를 농사용으로 부리는 건 극히 일부 늙은 농부들에게 극한 되어 있다큰 목장에서는 넓은 산야에 방목을 하거나 비육우로 대거 사육을 하는 형태로 변했다.실제 이런 소의 고기가 최고로 맛이 좋다고 한다.앞으로는 그처럼 길들이기 힘든 소를 키우고 보살피면서 농사를 지으려는 젊은이도 이제는 없을 것이다.

 

손가락으로 조금만 까딱 힘도 안들이고 조작만 하면 자동적으로할수 있는 만능 기계화시대에 이처럼 말도 안 듣고 수시로 좌충우돌 하며 힘겨운 이큰 짐승을 감당하고 농사를 지울 젊은이가 어디에 있겠는가그 늙은 농부와 소에게 끝 모를 연민이 간다.어쩌면 조금 있으면 사라질지도 모르는이런 풍경에 한없는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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