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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 꼭대기 썩은 나무둥치에 딱따구리 새가...        청초  이용분

 

겨울 속의 봄이런가 코끝에 닿는 바람이 상큼하기까지 하다산길에 떨어져 흩어진 낙엽들이 그대로 제 모양으로 남아 있는걸 보면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산을 오른 사람이 드물었나 보다.

예전 같으면 땔감으로 갈퀴질을 하여 몽땅 긁어갔을 낙엽들이 그대로 쌓여있어 보는 마음이 따뜻하고 풍요롭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조한 날씨에 이 수북히 쌓여 있는 마른 낙엽들이 큰 산불로 이어져 봄마다 겪는 국난에 비유 되기도 한다.

이럴라면 차라리 누군가가 좀 긁어 가벼렸으면 하는 심정이 들기도 한다.

 

오솔길 가까이에 있는 맨 윗머리가 꺽여 져 나간 상수리나무 꼭대기 썩은 나무 둥치에 참새만이나 할까한 조그만 딱따구리새가 나무속에 숨어있는 벌레를 잡으려는 듯

'딱딱' 쪼느라고 우리가 가까이 가도 모르고 구멍을 열심히 쪼아 내고 있다.

 

한 동안은 청솔모라는 놈이 이 새들의 알을 몽땅 꺼내 먺어서 안 보이더니 그 와중에 다행히 살아 남아서 우리들의 마음을 이처럼 신비롭고 즐겁게 하고 있다. 

소나무 숲 밑을 지나노라니 상큼한 송진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휘이익 스르르 소리 내어 둘러보니 떡갈나무 잎이 겨우내 낙엽이 안떨어 지고 매달린 채 바람에 흩날리며 내는 소리다.

 

간밤에 내린 비에 적당히 물기를 머금은 흙은 넉넉한 어머니의 마음같이 무엇이든 받아주고 덮어 주겠다는 듯 포근하기만 하다.

 

​평소 아스팔트나 시멘트 바닥 길을 매일 매일 또박또박 소리를 내며 걸어 다니느라 피곤해진 우리네 발들이 모처럼 대지의 품에 돌아 간듯 포근포근 맨발로라도 그 길로 걷고 푼 기분이다.

무너져 내린 진흙더미 사이로 새파랗고 뾰족하게 머리를 내민 풀들이 봄이 이미 와 있음을 알려준다. 

 

가까운 들녘에는 산수유 나무꽃이 개나리꽃에 뒤질세라 샛노랗게 작은 꽃송이를 피워 내고 있다. 유유히 흐르는 탄천변 둑에는 여기 저기 쑥 냉이 나물을 뜯는 아낙들이 걸친 색색의 봄색 옷들이 한폭의 그림인양 평화롭고 아름답다.

 

때 이른 봄 마음부터 바뻐서 식품점에서 사 먹은 이런 류의 나물들은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겨우내 얼어 붙은 땅솟에서 기를 쓰며 돋아난 이런 야생나물류와는 비교도 안되게 그 향기와 식감이 떨어져서 생각하던 우리의 기대치에 못미치니 알뜰하고 부지런한 주부들은 작은 칼과 바구나를 들고 들녘으로 나가게끔 유혹을 한다.

 

조금 지나면 이런 봄 나물들도 금새 웃자라고 꽃이 돋아나서 바로 지금 요맘 때를 노치면 그만 만사 휴의다. 모든 건 다 때가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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