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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먼 어린 날의 추억>                  

 

 내손에 풀각시 인형 만들어 쥐어 주던 손길...        청초 이용분

 

전철이 멎자 대여섯 살쯤 먹은 여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탔다.

자리에 앉아서 가던 나는 얼른 한옆으로 비껴 자리를 내주면서

"아가야, 여기 앉아라." 하면서 아이의 얼굴을 드려다 보았다.

"아이구, 천사이구먼. 무슨 걱정이 있을까?"하면서 아이의 엄마를 쳐다보면서

"몇 살이에요?" 하고 물었다"이제 다섯 살 되었어요."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러면 이때 부턴 조금씩 기억이 나지요."라고 말하면서 잠시 회상에 잠겼다.

 

내가 요만할 때 이른 초봄 충청도 쪽 시골 동리로,...그 옛날 우리 아버지가 사시던 고향집으로... 나를 무척 귀여워 하셨던 할머니 등에 업혀서 푸른 보리가 자라나는 보리 밭 이랑 사이로 나있는 황토 길을 구불구불 가노라니 반기며 마중을 나온 시골 친척 아주머니 등에 옮겨 업혀서...

 

그 마을의 그리 넓지 않은 골목 돌담 길 한옆으로 조금은 깊은 도랑에 큰 돌맹이로 축 대를 쌓고(그 위엔 돌담을 쌓은) 그 축대 돌맹이의 사이사이로 파랗고 길게 자라서 늘어진 부드러운 각시풀을 뜯어서 막대기에 꼭꼭 묶어서 시골 처녀의 긴 머리처럼 땋아 가지고 풀각시 인형이라고내 손에 꼭 쥐어 주면서 대처에서 온 조금은 예쁜 나를 삥 둘러앉아 신기한 듯쳐다보던 시골의 흰 옷을 입었던 낯선 친척 아이들이 생각이 난다.

 

(우리 아버지는 일찍 멀리 황해도 해주(海州)라는 곳 까지 가셔서 그곳에서 내가 태어나서 열살때 쯤 해방과 더불어 삼팔선을 넘어와서 그 때부터 서울에 정착하여 살게 되었었다. 그러니까 내가 그곳 아버지 고향에 할머니 손을 잡고 이끌려 다니러 간 것은 황해도 해주에서 부터 다니러 아주 먼 여행길 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기차를 탔던 생각 등 다른 기억은 전혀 안 나고 오직 그 시골길에 할머니 등에 업혀가던 생각부터만 한 토막 영화 휠림 처럼 기억이 된다.)

 

그리고 집집마다 오랜만에 온 귀한 손님이라고 초대를 하면 할머니는 반가운 집들이지만

난 황토 흙냄새가 물씬 나고 지붕을 얹힌 구부러진 소나무 서까래 사이를 흰 횟가루로 발랐는데 구부러진 재목이 그냥 드러나 보이는 높은 대청마루의 천정,조금은 탁한 빛의 창호지 문도 답답하고 영 낯설기만 한 그 집에서 어서 떠나기를 바랬던 시골,

 

촌수가 좀 먼 친척집....후에 알고 보니 우리가 떠날 때 두고 온 논과 밭을 관리하면서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사는 먼 친척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 후로 내가 어지간히 성장하여 대전에서 치루는 대전 친척들의 결혼식에 어쩌다가 엄마 따라 참석하기라도 하면`아이구! 저기 누구 손녀 아닌가 베` 하면서 여전히 나를 반기는 낯선 얼굴들...

 

나는 전혀 기억이 안 되는 시골 친척들의 얼굴이 주마등 같이 스쳐갔다.서울에 살면서 이제 나를 반기던 시골의 친척들도 이미 다 돌아가시고 나를 귀여워해 주시던 우리 할머니도 이미 오래 전에 돌아 가셔서 전설 속의 인물이 되어 계신다.그래도 아직 난 할머니 등에 업혀서 푸른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며 초 봄 이 맘 때 쯤 도랑 축대에서 각시풀 뜯어서 막대기에 쪼매서 풀 각시인형 만들어서 내 손에 쥐어주던,내가 살아온 평생,나의 가장 어린 시절의 편린(片鱗) 같은 기억들 ,...

 

내가 다섯 살쯤이었던 내가 요람 속에 있던 그 시절이 행여 잊혀 질까 아깝고 나의 마음속에 나만이 갖은 조그만 삽화 같기도 하고 보석 같기도 한 추억....

아스라한 그 옛날 그 때 그 시골이 종종 그리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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