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깊어만 가는 가을 날                   청초 이용분             


아침부터 유리창에
비치는 햇살이
유난히
눈이 부시게
따사롭더니...

어디서 몰려 왔는지
앞집 처마 끝에 앉아서
때 만난 듯 
짹 짹 짹
즐겁게 지저귀는
참새 떼들...

하늘은 유난히 드높고
코끝에 스치는
싸늘한 바람은
이제 가을이 깊어 짐을
알려주는듯      
귀뚜라미 소리 오간데 없네...

뜰 앞에 철 따라 피어난
구절초, 쑥부쟁이, 개여귀풀 꽃
아주 작은 가을 小菊 꽃들이
화려하지 않으면서
단아한 그들의  
자태를 자랑하며
제가끔 피어 있는데...

때를 만난
벌, 호랑나비,
흰나비들
이꽃에서 저꽃으로
서로 시새움 하듯
한 겨울 양식
꿀 따 가기에 여념이 없네....

키가 큰 감나무에는
설익은 감들이
듬성듬성 잎이 떨어진
가지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어 밀고
언제쯤 제 시절이 찾아 오려나....
궁금들 해 하고....

잎이 누렇게 다 시들어버린
호박 넝쿨에는
늙어버린 둥그런 호박이
가을 햇볕 아래에서
황금색으로 익어서
더욱 풍요롭기만 하다...

물 행주질 깨끗이 하여
햇볕이 잘 드는
대문 앞쪽에 널어 말리는
새 빨간
햇고추가 담긴
큰 광주리 위로

우체부가 던져 주고 간
흰 편지 봉투 속에는
그 누가 보내준
반가운 소식이라도
들어 있으려나.....

홀로히
먹이 사냥에 나선
한 마리 고추 잠자리

따사롭게 내려 쬐는
가을 햇볕 아래
가느다란 마른 나무가지 끝에서
조는 듯 노니는 듯
쉬며 날며
가을 날은 깊어만 간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6 ☆ 새로운 용어를 공부합시다 ☆ 이용분 2023.09.22 16
75 수필) 아이들과 함께 송편을 빚던 추석 이용분 2023.09.28 16
74 음악회 초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자녀는 부모의 꿈이고 장래의 희망입니다 1 이용분 2023.10.01 21
73 시)깊어만 가는 가을 날. 이용분 2023.10.02 18
72 시)가을과 맨드라미 꽃 이용분 2023.10.07 15
71 수필) 나의 어린시절의 소원 이용분 2023.10.09 16
70 시) 초가을 숲길따라... 이용분 2023.10.10 54
69 80세란 나이는 더이상 노인이 아니다. 이용분 2023.10.22 60
68 수필)이제 가을을 알리는 이름 모를 풀 벌래 소리와 ... 이용분 2023.10.26 54
67 다섯 줄짜리 인생교훈 이용분 2023.10.30 58
66 수필)어느 모란 장날 이용분 2023.11.01 56
» 시)깊어만 가는 가을 날 이용분 2023.11.11 3
64 수필)높은 곳에 남겨진 까치밥에 온갖 새들이... 이용분 2023.11.12 5
63 수필을 쓰며 얻는 깨달음 / 정목일 이용분 2023.11.14 9
62 질화로/양주동 이용분 2023.11.16 3
61 수필)하얀털이 달린 씨앗들을 휘날리면서... 이용분 2023.11.16 9
60 티코 이야기 1 이용분 2023.11.20 6
59 수필)두꺼운 유리문 틈 새로 찾아 드는 가을 ... 이용분 2023.11.23 8
58 풍경) 이용분 2023.11.23 4
57 The Four Seasons - Rag Doll (Official Audio) 이용분 2023.11.25 3
Board Pagination Prev 1 ... 345 346 347 348 349 350 351 352 353 354 Next
/ 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