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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7 08:13

비 맞은 촌 닭들.

조회 수 2179 추천 수 42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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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은 촌 닭들...   원제  (비가 오는 날 아침)



이른 아침
비가 오기에
꽃무늬 우산을 쓰고
가을에나 신으려고
신장에 넣어 두었던
봄 구두
빨간 구두를 꺼내 신었다...


우산 밑으로 후려치는 빗줄기에
먼지 묻은 구두가
깨끗하게 씻겨져서
좋아 했더니
사나운 비 바람에
그만 옷까지
다 젖고 말았네....


큰 거리
건널목을 건너려고
급한 마음에
길가에 바짝 붙어 섰더니
위세 좋게 지나가는 차들이
찻길에 고인 물과
쏟아지는 빗 물을
한꺼번에 흩 뿌려 주고 달아나네....


비가 오니
너도 나도 모두
좁은 우산속에
몸을 웅크린채 종종 걸음들...
별수없이
쫄딱 비 맞은
나무 밑의 촌닭들 처럼
풍신이 없어지네...


그래도 좋아 할 것들도 있지...
街路에 놓인 화분의 꽃들
보드불럭 밑에  답답하게
뿌리가 갇힌 나무들
탄천에 사는
잉어와 붕어들이겠지....
아 ! 또 있지,
우산장사.


냇가에 심어놓은 버드나무가
바람에 휘말려서
신들린 舞姬들처럼
긴 머리카락 좌우로 흔들면서
저절로 어깨춤들을 추고 있네
이들의 춤사위는
좋아서 일까 ...
괴로워서 일까.....


그래도 그칠줄을 모르고
세차게 내리는 빗 줄기...



                            2003년 7월 27 일  Skylark ( 7회 ).





  • ?
    향기 2003.07.27 18:17
    사랑스런 촌닭들이시네요~~~
    우리 닭들을 다 없애서 서운 하던 차에 닭 소리를 들으니 반갑군요.
    일거리가 없어져서 시원하기도 할 텐 데 왜 허전하기만한지 모르겠어요.
  • ?
    청초 2003.07.28 14:07

    양계장에 닭장 안에 넣어서 비나 눈 같은걸 안 맞게
    보호해서 키우는 닭 말고
    시골에서 그냥 놓아 먹이는 닭은
    비가 와도 개의치 않고 먹이를 찾던가
    몰려 다니거나 하다가

    털이 다 젖어서 나무 밑에 옹기 종기 모여서
    한 다리는 들고 졸기도 하고 서로 꼭꼭 털 고르기도 하고....

    그들의 풍신은 말씀이 아니지요.^^
    나도 어렸을때 시골 외가집이나 큰 집에 갔을때 본 정경이지요.^^

    향기님은 직접 닭을 키웠으니까
    그 정경이 눈에 선하시겠네요.^^


    키우던 닭들을 정리 하셨나보지요.?
    섭섭하지요....

    경험하지 않고는 이해가 어렵겠지요.
    오랫동안 여행기 쓰느라 힘 들었지요 ?

    앞으로도 좋은 글로 자주 만나기 바래요.^^

    향기님 고마워요. ^^


    2003 년 7월 27일 청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