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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가는 아이들과 행복했던 시절                                      청초 이용분

 

남편과 함께 광화문 쪽에 볼일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나가는 길이다.

분당에서는 분당선을 타고 수서에서 3호선을 갈아타고 그 다음에는

종로3가에서 5호선을 탄 다음 광화문에 내려야 된다. 3호선을 타고 갈 때다.

​어느 역에서인가 고만고만한 여섯 살에서 열 두어 살 안팎의 대 여섯 명의 아이들이

우루루 타서는 나의 옆자리에 앉고도 두어 명의 아이와 한 엄마가 나의 앞에 서서가게 되었다.

 

가면서 보니 한 엄마는 어느새 앉아가고 있어 그 집에는 아이가 둘이고 서 있는 엄마 네가

아이들이 셋이다.

​내가 옆에 앉은 제일 어린 여자꼬마를 드려다 보면서 "어디 가니?" 하고 조그맣게 물으니까

"대학로"

하고 조그만 소리로 대답을 한다. 눈자위가 약간 검은 게 좀 아픈 듯한 아이다.

 

"​어린 아이들이 웬 대학로?" 하고 의아해서 서서있는 엄마를 쳐다보니 대학로에 여름연극을

보러가는 길이란다. 그 엄마는 아이를 셋씩이나 낳은 여자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가녀리다

못해 보호의식(保護意識)이 동(動)하게 하는 삼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엄마다.

 

​처음부터 옆에 붙어선 일곱 살 쯤의 남자아이가 더운 날씨에 계속해서 엄마 팔을 휘어 감고

매달리는 형국으로 자기 엄마를 성가시게 군다. 보다 못해서 내가 자리를 좁혀서 내어 주면서

"얘 여기 앉아 가거라 응" 하니까

"앉으면 차멀미가 나요." 하고는 맨 바닥에 그냥 털썩 주저앉는다.

'거기는 차 위가 아닌가 뭐 ?!' 어이가 없다.

 

나는 평소에도 엄마를 좀 애를 먹일 아이구나 직감이 가서

"아이들이 말을 안들을 때에는 어떻게 해요 ^^ ?"

하고 그 엄마에게 물으니

"얘요? 경찰서에 데려 간적이 있어요.^^"

 

(아! 요새 말로는 골 때리는 엄마다....

하지만 오죽 했으면 그렇게 했으랴 만은...! )

"그랬더니 경찰관 아저씨가 뭐라고 그래요? ^^ "

" 무기고 잠그는 열쇠를 보여 주면서 더 말 안 들어서 데려오면 여기다 가둘거야!".

하고 마주 장단을 맞추더란다.

 

그 후로는 좀 두려움이 생겼는지 말을 좀 잘 듣는단다.

그 남자 아이는 딸 둘을 낳은 후 생긴 아들이란다.

'글쎄, 흔히 아이들이 떼를 쓰면 순경을 부른다고 위협을 하는 이야기는 종종 듣긴 했지만

이렇게 실천까지야... 누가 설마 그리하랴 했더니만 서두 ...^^'

어린아이의 마음속에 어떤 상처가 남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아이를 그런 식으로 강하게 다루 면은 다음에는 좀 더 강하게 다루어야 되게 마련인데...

우리도 아이를 셋이나 키우다 보니 말썽을 지길 때도 있었고 무엇이든 잘 해서 무지하게

마음을 기쁘게 할 때도 있었다. 기쁜 것은 생각이 나지만 잘못했던 것은 전연 마음에 남지 않는다.

무엇을 잘못해서 꾸짖었는지가 전연 생각이 나지 않고 꾸짖었던 사실만 기억에 남아서

이 나이에 마음이 안쓰럽다.

 

"그래서 아이는 젊어서 낳아가지고 힘 있을 때 키워야지 좀 크면 다스리기도 힘들어요."

그들은 충무로 에서 4호선을 갈아탄다고 다시 우루루 몰려서 내려간다.

 

그 아이의 엄마는 나에게 웃음 띤 눈인사를 남기고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래... 젊을 때에는 저런 분주함이 힘도 들고 재미도 있고...'

 

나도 그만한 나이 때에 남편이 미국으로 연수를 가서 한동안을 집에 없을 때

아이들만 데리고 종로에 있던 세기극장에 (Sound of music)을 보러 가곤 했었지...

하고 아이들과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마음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이들도 이따금 (Sound of music)의 노래가 나오면 그 시절을 생각하며

​"엄마가 그 때에 그 레코드판도 사주셨어..." 하면서 어렸던 그 시절을 행복해 하며 그리워들 한다.

 

2003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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