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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초 이용분

 

*** 연보라색 상사화 꽃송이가 예쁘게... ***         청초 이용분

 

팔월초의 뜨거운 열기는 이세상의 모든 것들을 녹여 버리겠다는 듯 작열하고... 요새야말로

제 평생의 마지막 날이 간다는 듯 그악스럽게 울어대는 매미. 나무 가지 그늘 아래를 겨우

겨우 날라서 오가며 우짖는 이름 모를 새소리도 더위에 지친 듯 가냘프고 애처럽다.

 

그래도 그 틈새로 가을은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어느새 빨갛고 작은 고추 잠자리

한마리가 이 꽃에 앉을까 저 꽃에 앉을까 한 참을 망서리다가 기다란 빨랫 줄에 앉아서

고갯 짓을 갸웃갸웃 하고 있다. 벌써 입추가 지났으니 이미 가을은 우리 곁에 입성을 할

채비가 다 되어있다. 사이사이 불어오는 한줄기 시원한 샛 바람에 널어놓은 젖은 빨래가

선들선들 잘 마르고...

 

어느날 문득 이만때면 개천 변이나 푸른 풀밭 위로 떼를 지어 날아 날아 다니는 노란색 잠자리

는 보리 감자리라 하는데 이때 쯤이면 여름의 절정인 셈이다.

내가 어렸을때는 바로 밑 남동생과 잠자리를 잡으러 연못가나 개천가로 많이도 잡으러 다녀서
집에 와서 다음날 보면 몽땅 영결종천 애꿎은 잠자라 목숨을 빼았은 셈인 데...
지금 생각하면 아름다운 추억보다 미안한 생각이 드는 일이다.

 

어느덧 우거진 풀밭 기슭에서는 조금은 이른 귀뚜라미와 가을 풀 벌래 소리도 간간히 찌릿

찌릿 가을이 머지 않음을 알리고 있다. 우리집 정원에는 연 보라색 벌개미취 꽃이 이제 막

제철을 구가하고 있다. 아주 이른 봄 일찍이 잎이 돋았다가 어느새 살아져 버렸던 바로

그 자리에 상사화도 연보라색 꽃송이를 예쁘게 피워냈다.

 

우리나라의 국화이거니 생각만 하고 재래의 우리 며느리들 처럼 별로 시선을 받지도 못하고

아름답다거나 애처럽다거나 하는 어떤 찬사도 거부한 채, 의연하게 연 보라색 바탕에 약간

빨간 속을 한 무궁화가 봄과 달리 별로 핀 꽃이 없는 이 여름 정원에서 한 자리를 채우고 피어 있다.

 

한때 모진 장마 비를 이겨낸 감들이 제가끔 감잎사이로 얼굴을 삐죽히 내밀고 나 여기 잘

크고 있노라고 뽐내고 있는 듯 하다. 감들은 장마 때면 꼭지 부분이 물러서 열매가 다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 봄에 그런대로 기대를 걸고 심었던 둥근 호박은 구덩이를 깊게 파고 심어

서 장마통에 물이 잔뜩 고여서 그랬는지 지난 장마 뒤에 모두 사그러져 그 흔적도 없어졌다. 은근히 기대하던 내 작은 소망 그만 모두 무너져서 농부들이 수해 때 큰 피해를 입고 좌절하는 그 큰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게 한다.

 

이제 햇볕의 비치는 각도도 조금씩 틀려 지고 여름내 더위에 시달린 나무 그늘의 음영(陰影)

도 짙어 진다. 그러면서 서서히 그러나 거침없이 어느 날 가을은 우리 곁에 시원한 모습으로

성큼 성큼 다가 올 것이다.

그러면 " 에그 덥다. 더워.... !! " 하고 낯을 찡그리고 헉헉대던 이 한 여름 날들이 그리운

아픔만을 남긴 채 우리 곁을 아주 영원히 훌훌 떠나가 버릴것이다.

해해 년년 우리가 살아온 동안 그래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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