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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3 (토) 21:17

 
                                        
 
아! 세월의 덧 없슴이여 !        청초 이용분
              
                                              
그냥 물 흐르듯이 흐르는
시간의 조각들이 모여서
한 세월을 만든다.

새해 아침 동해에서 불끈 떠오르던 해,
지난 섣달 그믐날 불그레하게 노을을 남긴 채
처연하게 서산으로 지던 해.

나를 낳아 주고
그토록 사랑 해 주며 키워 주신 후
어느 날 속절없이 떠나 버리신 사랑하던 나의 부모님,

오랜 만에 우연히 만난
나를 아는 사람의 늙은 모습.
모르는 사이 커 가는 아이들,

피는 듯 하더니
어느 새 지는 꽃,
끝 모르게 흐르는 물,

한 여름날 끝을 모르게 푸르고 높던 하늘,
육칠월에 피어 오르던 뭉게 구름.
그리고 떠서 어디론가 흘러 가버린 구름.

헤어진 친구들...
잠시라도 못보면 그토록 연연 해 하던...
앞 뒷집 살던 친구.

살기에 급급하다고
그간 보지 못한
그 친했던 친구들...

책꽂이에 꽂힌 채 누렇게 색이 변한 책들.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물건을 싸두었던 신문지.

그 당시에는 상당히 심각했던
온갖 지난 사건들이 실려 있는
한참 날자 지난 누런 신문지.

아, 세월의 덧 없슴이여 !

이 모든 것들이
모질게 흐르는 세월에 실려
서로를 잊은 채 떠밀려 간다.

다시 돌아오지 못 할
영원한 세계로 떠나 버린
나의 젊은 날의 소중한 조각들이여 ...

그러나
이 봄
나는 지난 해에 받아 두었던

분꽃씨와 봉선화씨를
앞 마당
한편에 심어 보리라.

오는 날들을 오래오래
마음 속에
붙들어 두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