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속에서의 행복 . 청초 이용분
올 장마는 참으로 참하다느니 적당히 비 오고 개이고 괜찮다느니
칭찬을 하였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쏟아 붇는다.아침에 큰아이가 일본에 출장을 가기 위
해 영종도공항을 향해 7시쯤 집을 나서는데 떠나기도 전에 잠간사이 집 앞에서 들여 치는
비에 옷이 거의 다 젖는다.
비행기가 缺航을 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하였는데 다행히 비행기는 이륙을하여 일본에 무
사히 도착했다는 전화까지 받았는데...
하루 온종일 쏟아지는 비에 갇혀서 개인 단독주택에 들어 앉아 있자니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
다.정원을 살펴보자니 빗물에 함빡 젖은 들꽃들은 키도 웃자라고 몸을 못가누고이리저리 비
틀거린다. 비는 식물이 자라는데 꼭 필요한 요소지만 넘치면 해롭기도 하다
앞뜰 들꽃들 이파리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뒤곁의 선라이트 지붕 위에 (비가 들이치는 걸
막고 다용도 공간을 위해서 만든) 마구 쏟아지며 내는"타타탁탁탁" 하고 연속되는 빗소리
를 들으며 아파트에서는 느껴 보지 못하는 스릴과 운치를 맛보기도 한다.구옥(舊屋)이라 비가
오면 혹시 새는 곳은 없나 신경도 쓰이고,비가 너무 한꺼번에 쏟아지면 하수관 이 막힐 까봐
마음이 졸여 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 집은 지대가 조금 높아서 삼십 여년 살 동안 한 번도 침수된 적은 없다.아파트보
다는 조금은 더 땅에서 가까우니 조금은 습하기도 하지만 밤에 한 지붕 밑에,
다 같이 아늑한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모여서, 편히 누워 자면서잠 잘 때에 쏟아지는 빗소리
를 잠결에 들을 때의 안도감 내지 평화로운 느낌은무엇에도 비교 할 수 없는 행복감마저 느끼
게 한다.
이런 점이 아파트에 사는 것 보다는 정서적으로 좋은 점이다.원래는 계획된 신도시라고 하여
몇 십만 평을 개발하여 집터도 좀 넓게 잡아서봄이면 집집마다 담 너머로 줄 장미 꽃과 라일
락 향기가 은은히 퍼지던 아름다운전원주택가가 해가 바뀔수록 이제는 집이 팔려서 헐었다하
면 다세대를 지어서이곳이 이제는 전원주택이 아닌 인구의 과밀현상 내지 생활환경 조악으로
이어질 것 만 같다.
한 구루의 나무라도 심어서 환경미화 내지 정서 함양에도 꼭 필요한 부분인데도불구하고 건
축업자의 이윤 추구와 한 평의 땅이라도 인구수용이라는 목표를 가진정부의 목적이 서로 맞
아 떨어진 결과인 것 같다.
마당에 푸른 잔디와 몇 포기의 꽃, 몇 구루의 나무라도 심어 놓고 개미의 생태,비가 개인 후
땅에 기어 다니는 지렁이, 예쁘게 날아다니는 나비의 춤, 예쁘게핀 꽃에서 꿀을 빠는 벌을
보게 하며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키울 목적으로 우리가 이곳을 얼른 떠나지 못
한 큰 이유였는데 주변 환경이 그대로 있지 않으니이제 이곳에서는 사라져가는 꿈이라는 생
각이 서서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