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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5 22:37

수필) 관심(關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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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關心)                               청초   이용분


모처럼 날씨도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다. 요즘 따라 무기력한 나에게 남편이 운동삼아 모란
시장 구경을 가자고 한다. 오늘이 초나흘 모란장날이다. 별로 사고 싶은 것도 없다.
생선이 좀 싸지만 남편이 후꾸시마 원전 사태 이후 생선 먹기를 꺼리는 터라 그를 살
욕심도 없다.못이기는 척 옷을 따뜻하게 입고 얼마전 큰아들이 선물한 시장보는 빨간
가방이 달린 새 끌게를 끌고 길을 나섰다.

남들도 똑 같은 생각인지 지하철 안부터 복잡하더니 모란시장 쪽으로 나가는 에스카레이터는
올라가고 내려오는 사람들로 메어질 듯 가득 타고 있다. 언제나 이곳은 적당히 소탈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가족과 더불어 친구와 함께 나들이 삼아 나오는지 항상 분비다.

다른 때 같으면 남편은 자기대로 꽃구경을 가고 나는 나대로 살 것을 사러 갔겠지만 별다른
목적이 없으니 그냥 사람 수가 한적한 골목길을 택했다. 육용 닭이나 개를 파는 골목이다.
예전과 달리 개도 육견(肉犬) 따로 애완용(愛婉用) 개 따로 분별해서 키우게 되었는지 덩치가

큰 개들이 언제 찾아올 제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초점없이 멍한 눈을 하고 웅숭그리고 앉아 있다.

언제인가 오래전 프랑스여배우 '부리짓드 바르도'가‘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는 야만인이라’
고 비난을 하여 우리를 당혹하게 한 적이 있다. 이제는 길에서 보통 알록 달록 따뜻한 옷을
입은 종류도 다양한 강아지들이 사람들손에 이끌리어 다니는 걸 보아 오다 이 개들을 보니
그들의 운명이 가엽고 한 없이 불쌍하다.

이따금식 운동을 나가는 탄천 산책길 옆에 언제 부턴가 애완용 개들의 놀이터가 생겼다.
주인들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마치 자기의 자식들을 보살피듯 “얘는”“쟤는”하며 사랑을 보내는

애완견들 생각을 해 보니 너무나 천양지판이다. 소나 돼지모양 그냥 사람들이 편리한
잣대로 정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겠지만 개를 보게 되는 눈은 그렇게 되지를 않는다.

누가 개팔자가 상팔자라 말했던가.
어떤 개는 사람이 사랑을 해주며 키웠다면 분명 충견이 되었슴직한 것들도 섞여 있다.
마치 백여년전 백인에게 잡혀 미국에 팔려 가려 노예선을 탔던 아프리카 흑인들을 연상케 한다.

그 골목을 따라가다 보니 단이 한 아름은 되게 커 보이는 겨울 파를 잔뜩 싸 놓고 팔고 있다.
사람들이 불티나게 사가고 있다. 이제 겨우 도착한 우리는 그걸 사게 되면 끌고 다니는 게
힘들게 생각되어 오는 길에 사기로 하고 지나쳤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열심히 사고들 있다.
목적이 없으니 사진도 다른 때와 달리 찍게 되지를 않는다.

그냥저냥 무엇인가 시선이 끄는 대로 들러보다가 아! 아까 그 파나 사러가야지... 하고 발길을 돌렸다.
사람들 사이를 혜치고 그곳을 찾아 가보니 다 팔려 버리고 빈터에 파의 겉껍질들만 어지럽게
널려 있다. 하는 수없이 꽃 파는 곳을 찾아 가 보기로 했다. 계절도 잊은듯 각가지 꽃들은

여전히 팔리고 있다. 이곳은 항상 꽃을 사는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값도 싼지 막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하는 난초 가게 앞이 북적댄다. 사람들은 무엇 보다 우선으로 꽃들을 사는 것 같다.

이 삭막한 세상살이에 아름다운 꽃이 주는 위안때문이리라.

어떤 부부가 아까 우리가 보았던 파를 담은 푸짐한 까만 비닐봉투를 들고 있는 게 아닌가.
“이 파 어디서 사셨어요.?”하고 물으니"저 아래 첫 번째 골목에 추럭을 세워 놓고 팔던데요.“ 한다.

‘그러면 우리가 보았던 그 자리가 아니고 또 다른 곳에서 파를 파는 모양이지‘
오늘은 파만이라도 사가지고 가야지... 하는 일념으로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더듬어
찾아 갔다. 간간히 사람들 손에 그 커다란 팟단이 들려 있는 게 아닌가...
'맞아 이 길이 맞는 것 같다.' 별로 큰 확신도 없는 터다. 수없는 사람들을 거스르며 가다보니

진짜 파를 가득 싣고 온 자그만 추럭에서 막 팔고 있는 게 아닌가. 그중에 때깔이 좋고 큰 단을 골라서 샀다.

지하철로 빠지는 골목길을 나오다 보니 파단을 손에 든 사람들이 너도 나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는 게 아닌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줄을 섰는데
“아. 파가 싸던데 그 파를 사셨군요”
어떤 아주머니가 관심을 보낸다. 지하철을 탔다. 어떤 중년은 지난 아저씨는
“파를 사셨군요” 하며 파란 이파리를 뚝 따서 코로 냄새를 맡는다.
“중국산은 아닌지...”
'아 맞아 물건이 너무 싸면 다 이유가 있던 데 ..'‘그 함정을 몰랐구나.‘


이미 때는 늦었다.하는 생각이 머리끝을 쭈빗하고 스친다. 그러더니
“내가 파를 농사지어서 좀 아는데 냄새를 맡아 보니 중국산은 아니 것 같아요.” 한다.
“알기로는 흙이 붙은 채소는 수입을 금한다 하던데요. 토양을 오염시킨다고...”
하며 내가 말끝을 흐렸다.
“어차피 국산 파도 소독을 많이 한다고 하니 잘 씻어 먹어야지요.”
중년아저씨는 다시
"요즘은 비닐하우스에 파를 묻어 놓고 먹으면 노오란 파의 새싹이 아주 달콤하고 맛이
좋던데요." 한다.

언듯 내가 살림이 서툴던 젊은 시절 친정 어머니가 오셔서 김장을 끝내고 파를 한단 화분에

심어 주시며 '한겨울에 비싼 걸 사먹지 말고 새싹이 돋으면 뜯어 먹어라'하시던 생각이 떠 오른다.

그때는 모두 어려운 시절이라 이렇게 아껴 살라 하신 것 같다.

귀가길에 보통때 잘 찾아가는 식당에 들러 저녁을 사 먹었다. 계산대에 돈을 내니 내 파를 쳐다보며
“오늘은 파가 싼지 파를 사가는 사람들이 많네요.”
파를 삼으로 해서 요즘 들어 사람들에게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기는 드물다.
'남의 일엔 무관심한듯 하던 요즈음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은 즐거운 일이지 않은가...'

추운 겨울을 견딘 거친 파 껍질을 벗기고 보니 파릇하고 연한 게 벌써 봄기운이 돋은 듯
향기롭기까지 하다.
틀림없는 국산파인 것 같다.

 

                                                                 20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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