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향기, 여행기(3)

by 향기 posted Jul 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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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남반구.

우리하고는 계절이 반대이다. 지금이 겨울인 것이다.
여기는 4~9월이 겨울이고 10~3월이 여름이다.
지금 겨울방학이라서 학교가 다 비었다.
여행사에서 보내준 유인물에 시드니 7월 평균 기온이 8 ~ 17이라고 했다.
이 정도이면 별로 추울 것 같지가 않았는데 여기 살다온 분 말씀이 꽤 추울 테니까
꼭 두꺼운 옷을 챙겨가라고 했다.
비가 왔어도 그다지 춥지는 않았고 길가며 주택의 정원에 제라늄, 베고니아, 아젤리아,
다양한 색의 하와이무궁화.....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보던 나무와 꽃들도 정원에 많이
피어있는 걸 보니 전혀 겨울 같지가 않았다.
특히 활짝 핀 자목련을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가로수는 거의 가 유카리툽스(그 사람들은 '검추리'라고 하더라.) 코알라가 생각나는 나무다.
그리고 간간히 붉게 핀 와라타  꽃이 인상적이었다.

두꺼운 점퍼를 꺼내 입고 다녀서 몰랐었는데 호텔에 들어가니 겨울이 실감났다.
여기 호텔엔 에어컨디션은 있지만 난방시설은 없다.추어서 자다가 두 세 번은 깬 것 같다.
오슬오슬 그야말로 뼛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추위...  습기가 많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나보다.
여긴 여름엔 건조하고 겨울에 비가 많이 온다니까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사이가 나쁜 방짝들이라도  서로 가까이에서 의지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 부부는 여기서는 '방짝'이 아니었다.
각자의 잠버릇과 습관, 생체 바이오 리듬을 존중해서 방을 따로 쓰고있으니까,
쓸데없는 오해는마시라~~~~
근데 여행 중에는 진짜 "방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계절만 반대가 아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어떤 교민이 하도 심심해서 한국하고 반대인 것을 107가지까지
찾다가 말았다나 어쨋다나...
자동차 운전석이 반대인 것은 금방 눈에 띄었고, 그에 따라 길도 반대이다.
신호등 없는 길을 나 혼자 건널 때 얼마나 헷갈렸는지...
차가 안 와서 안심하고 건너려면 내가 쳐다본 반대쪽에서 오고...
그래도 여기는 보행자가 건널 기색만 하고 있어도 무조건 차가 서준다.
(그래 그런지 시드니에는 신호무시하고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많더라...)
해와 달은 꼭 서쪽에서 뜨는 것 같이 보인다,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여기는 대부분 우리에게 보이는 앞뜰보다  뒷뜰이 넓다.
뒷뜰이 넓을 수록 부자라고 한다.
뒤쪽의 주방을 중심으로 거실도 있고 해서 저녁에 보면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불빛도 보이지 않는 집이 많다. 이것도 반대지?
자연적으로 북향집이 좋은집이다.
스위치들이 우리와  반대로 내려야 on이고 올리면 off다.
물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고... 등등 몇 가지 찾다가 말았다.  
왜냐면 난 심심할 새가 없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