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03.12.03 12:08

오늘도 살았구나 !!

조회 수 1227 추천 수 18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스무 살 시절 여름 방학 때 강원도 장성의 탄광에서 석탄을 캤던 일이 있다. 거의 쉬지 않고 여덟 시간 탄을 캐내는 일이란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나오고 욕이 목구멍까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허리가 부러져 나가는 것 같았고 팔근육이 저절로 흐늘흐늘거렸다. 막장 안의 공기는 탄으로 인하여 시커멓다. 얼굴도 새까매질 수 밖에. 이마에서 흐르는 까만 땀이 계속 눈으로 쏟아져 들어와서 눈알이 시큰거렸다. 손등으로 눈을 비비는데 손등에 묻었던 탄덩어리가 눈에 묻어들어가 까악 소리 를 지를 뻔했다. 꼬마 때처럼 엄마! 앙앙앙 엉엉엉 울면서 삽을 내던지고 굴 속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조원들을 쳐다봤을 때 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각자의 캡 램프로 상대방의 앞을 비추어 주며 쉬지않고 묵묵히 석탄을 퍼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도 나처럼 시커먼 땀이 줄줄 흘러 내렸지만 그들은 눈 한번 깜짝 하지 않고 과묵하게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거였다. '어휴, 저자들은 인간도 아니야. 어떻게….' 여덟 시간의 작업이 끝나고 굴 속을 거의 빠져나왔을 때 내 옆에 있던 나이든 광부가 갑자기 긴 한숨을 푹 내쉬며 나직하게 입술을 움직였다. “오늘도 살았군….” 그리고 나서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니 그들 모두의 얼굴에도 오늘 사고 없이 무 사히 막장 안에서 빠져나오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빛이 역력했다. 그들도 역시 인간이었다. 다만 작업장에서만큼은 묵묵하게 불평 없이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들이었다. 『이규형/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
    소정 2003.12.03 22:19
    예전에 한15년전 연탄을 연료로 쓰던 생각이 나는군요,
    그때는 막장에서의 사고가 잦았지요.

    이제는 우리생활에서 연탄이라는 개념이 희미해 지는것같아요,
    그래도 지금도 연탄을 연료로쓰고 있는 가정이 많응줄 압니다.

    막장에서 힘들게 탄을 캐는 광부들의 수고를 새삼
    일깨워 주는것 같습니다.
    소정